MIMESIS AP9: Euphoria 유포리아
신준민 ㅡ 빛과 어둠의 판타지아
형다미 /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선임 큐레이터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은 미메시스 아티스트 프로젝트MIMESIS ARTIST PROJECT의 아홉 번째 기획전을 선보인다. 이 프로젝트는 35~45세 사이의 회화 작가들이 예술가의 사회적 역할을 탐구하며 구축한 작품 세계를 소개하는 연속 프로젝트로, 공모를 통해 선정된 신준민, 이세준, 정유미의 회화적 실험을 조명한다.
유포리아Euphoria는 그리스어에 어원을 두고 라틴어의 뜻을 거쳐서 오늘날 영어로, 강렬한 행복감과 지속적인 기쁨의 상태를 의미한다. 신준민은 빛의 강렬한 에너지를, 이세준은 일상에서 그릴 수 있는 모든 이미지를, 정유미는 물이나 바람 같은 자연의 거대한 유동적 흐름을 담아내는 작업에서 이 특별한 감각에 몰입하며 궁극에는 그 어떤 상태, 즉 유포리아의 희열을 마주하게 된다. 이들의 작품은 현실의 공간과 분리된 또 다른 차원의 세계인 듯, 실재와 분리된 이미지를 담는다. 이것을 창조하는 작가들은 마치 평행 우주의 두 세계를 동시에 살아가는 것처럼 현실과 캔버스 위를 넘나든다. 작가들의 개인적인 실험 결과가 전시라는 무대에 펼쳐지고, 이 실험이 관객과 만나 유포리아를 공유하면서 집단적 경험으로 확장할 가능성을 보여 준다. 전시가 시작되면 관객은 미메시스 공간에 펼쳐지는 유포리아의 여정을 시작하게 된다. 정유미의 미세하면서도 광활한 숨결 같은 붓질과 자연광이 곡면을 따라 흐르는 공간을 따라가다 보면, 이세준의 일상과 비일상, 중요하거나 의미 없는 이미지가 뒤섞인 캔버스의 퍼즐이 공간의 현실성을 지워 버리고, 이어서 신준민의 강렬한 빛과 어두움은 여과 없이 터져 나오는 환호성처럼 화면을 넘어 기하학적 공간 속에 울려 퍼진다. 이번 전시에서 구현되는 유포리아의 현장은 이상적 상태를 현실에서 형성하고 관객과 공유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유토피아적 경험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신준민은 빛을 그린다. 신준민의 그림 속에서 하얗게 타오르는 인공광원의 빛은 경기장의 뜨거운 열기와 환호성과 하나의 덩어리로 뭉쳐 폭죽과도 같이 폭발한다. 추상적이고 표현적인 빛의 덩어리와 입자의 표현은 신준민이 그리며 터뜨리는 환희와 같은 감정과 동화되어 있다. 신준민에게 야구 경기장은 오랜 소재이자 항상 새로운 영감을 주는 곳이다. 경기장을 그린 초기 작품 「필드」(2015)는 수많은 군중이 들어찬 열광적인 현장을 묵직한 색으로 거대한 화면에 가득 그려 내 화면에 담긴 에너지가 한결 더 농축된 인상을 준다. 신준민의 작품에서 빛이 주인공이 된 것은, 생경한 감각을 찾아 그려 오던 어두운 도시의 적막한 풍경이 팬데믹 상황의 특별하지 않은 일상 풍경이 되어 버린 이후였다. 이전 작품인 「산책」(2017)과 「푸른 소리」(2019)의 어둑한 풍경은 인적 없는 인조 시설물의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담아내면서 작가가 현재 진행 중인 빛 시리즈와 일견 대조적인 위치에 있는 듯 보인다. 그러나 「화이트 페어리」(2024), 「플러드 라이팅」(2024) 등 경기장의 인공광에 그려진 빛의 입자들이 표현된 방식이 「하얀 바람」(2017), 「고스트」(2020)에서 보이지 않는 힘의 움직임을 수많은 선과 물감 파편들로 빠르게 휘두르고 쌓으며 그린 것과 동질의 표현임을 깨닫게 되는 순간, 신준민이 자신만의 일관된 방식을 10년 이상 발전해 왔음을 알게 된다. 붓에 묻힌 물감이 화면에서 빛으로 하얗고 눈부시게 타오르든, 혹은 경기장의 수많은 사람과 철조망을 그리는 여러 가지 색의 감산 혼합을 통해 어둡게 가라앉든 작가가 캔버스에 붓으로 행했을 일은 크게 다르지 않고 그 밀도 또한 묵직하게 가득 차 있다. 「밤 빛」(2023)은 거의 검은색으로 가득 차다시피 하여 신준민의 작품 중 가장 이질적인 첫인상으로 다가온다. 이 작품의 까맣고 넓은 면을 바라보다 보면 그곳은 빈 것이 아닌, 가득 차 있는 공간이라는 인상을 받게 되는데, 이 작품 역시 신준민의 다른 화려한 화면의 작품들과 본질적으로는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면 우리는 그의 유포리아를 만나고 있는 것이지 않을까.